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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자

미국 애리조나 여행 - 앤텔로프 캐년

벌써 이 여행을 다녀온지가 1년 전이라니, 시간 정말 빠릅니다. 혼자 살다보니 당일치기 여행만 하다가 일주일 코스를 짜서 이래조나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돌아봤습니다. 그게 작년 5월이네요. 게을러서 그렇다기 보다는 블로그엔 자주 못 올렸네요.


이래조나하면 사실 다들 그랜드 캐년만 생각하실텐데, 자잘한 곳 말고 국립공원이나 국가기념물 레벨 관광지만 따져봐도 꽤 볼만한 곳들이 참 많습니다. 많은 아메리칸 인디언 유적지들부터 시작해서, 사막의 멋진 자연경관이 엄청나죠. 사막경관이야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지만, 미국의 장점이라면 대부분 자동차로 편히 돌아볼 수 있고, 안전하다는 거겠죠. 앤텔로프 캐년은 애리조나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유타 주가 나옵니다. 배운 염불이 있는지라 지도를 아니 꺼낼수가 없습니다. 지도 봐야되요 지도. 저기 빨간 점이 앤텔로프 캐년입니다. 


앤텔로프 캐년은 사실 그렇게 크지는 않아요. 좁고 짧은 동굴 수준인데, 좁게 뚫려있는 천정에서 내리꽃히는 햇빛이 모래바람과 만나서 정말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성부(upper) 캐년과 하부 캐년으로 나뉘어 있고, 제가 간 곳은 상부 캐년입니다.




차로 여덟시간 정도 걸리네요. 대륙이니까..어쩔 수 없습니다. 비행기는 타고 못가는 곳이라..

앤텔로프 캐년은 그냥 들어갈 수는 없고, 반드시 가이드를 예약해야만 합니다. 일단 말이 캐년이지 작은 동굴 수준이라 사람이 많이 들어갈 수도 없구요. 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네요. 해당 지역의 관광업은 백인은 안되고, 아메리카 인디언만 할 수 있습니다 .근처 모뉴먼트 벨리도 그렇고, 나바호 족의 자치구가 있고 그 안에서 관광관련 경제활동의 독점권을 줬지요. 빼앗아간 게 얼만데 완전 눈가리고 아웅인데다가, 관광업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싸구려 악세사리나 관광 가이드가 대부분이라서. 그런 부분은 좀 슬픕니다.




각설하고 앤텔로프 캐년 가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차가 제 차인지는, 너무나 뻔히 보이는군요. 흠흠 VW GLI입니다. GTI 사촌이라 할 수 있죠. 4도어 세단 바디라는 것만 다르고 GTI입니다. 흠흠 저희 현실적인 드림카가 GTI였고, GLI는 실용성까지 더했기 때문에 대만족하면서 타고있는 애마입니다. 


앤텔로프 캐년 가이드 투어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투어, 하나는 포토투어입니다.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워낙 멋진 사진들로 유명한 곳이라, 포토투어 코스가 따로 있습니다. 일반은 보통 한시간 반, 포토는 2시간 반-3시간 정도입니다. 당근 더 비싸지만 돈 값은 합니다. 특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오전 11시 - 11시 30분 경에 들어가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 때가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가장 좋거든요. 출입인원이 제한적이라 몇 개월 전에 예약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캐넌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업체 주차장에서 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갑니다. 주변은 완전 모래사막. 애리조나가 사막이긴 하지만 대부분 단단한 암석지반의 건조지대라서 모래사막 보기가 힘듭니다. 가장 큰 모래사막 부분은 유마에 있고, 이렇게 군데 군데 모래사막이 있습니다. 차가 들어가는 길은 완전히 다져져서 단단합니다만, 그래도 사막을 달리는 기분이란 재밌습니다.




캐년 입구입니다. 보시다시피 말이 캐년이지, 거의 좁은 동굴 같아여. 천정이 뚫려있지 않았다면 앤텔로프 케이브라고 불렀을 겁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면 정말 10분이면 통과할 정도로 짧습니다. 우선 저기까지 한 번 갔다가 다시 도랑오면서 사진찍을 시간을 주더라구요. 포토 투어답게 가이든느 사진촬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더군요. 어지간히 메이커의 카메라들은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세팅값까지 알려줍니다. 중간 중간 잘 찍고 있는지 확인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기도 하구요. 가이드 서비스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가능한 일인데, 업체끼리 서로 사전에 약속을 한듯 주요 촬영 지점에 가면 서로서로 돌아가면서 사진찍을 기회를 줍니다. 한 업체에서 촬영을 시작하면 다른 업체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에 나오지 않게 다른 곳으로 몰아줍니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게 하더라구요. 뭐 제 입장에서는 사람 안나오고 완벽한 풍경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좋죠. 덕부넹 쓸데없는 사람 신경 안쓰고 사진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들 저렇게 옹기종미 모여서 사진을 찍습니다. 원래 앞에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저 앞에 보이는 아저씨 진짜 말 안듣더라구요. 끝까지 안비킴. 어딜가나 꼭 저런 닝겐들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앤텔로프 캐년 포토 투어를 다녀오시면 저랑 거의 같은 사진을 찍으실 수 있습니다. 시간만 잘 맞추신다면요. 스팟은 가이드가 정해주고, 세팅값도 알려주고, 게다가 빛줄기 잘 보이라고, 사실 저거 사진촬영 진적에 모래를 뿌린거랍니다. ㅎㅎ 여러번 뿌려가면서 사진 찍으라고 만들어 줍니다. 모래 흘러내리는 것도 설마 저게 무슨 물줄기라고 계속 흘러 내리겠습니까. 모래바람이 많이 불긴하지만 저 정도로 모래가 늘 흘러내리지는 않죠. 모래뿌린 겁니다. 뭐 포샵질도 하는데 모래 뿌리는 것 정도야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웬지 웃기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캐년 안에 모래바람 작살나게 붑니다. 무슨 사하라 사막 온 기분이었습니다. 입 안에서 모래가 막 춤을 춥니다. 옷이야 털면 되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카메라는, 모래좀 드실 겁니다. 고급형 바디들이야 방진방습되어있고, 저기 모래바람이 그 한계를 시험할 수준은 결코 아니라서 안심하셔도 됩니다만, 그게 아니라면 좀 주의하시는게... 최소한 다녀오셔서 렌즈클리닝은 기본입니다. 바디도 꼭 해주셔야 하구요.





하여간 커플들이란.. 신성한 국립궁원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앉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성공했습니다. ㅋㅋ 어쩔 수 없이 박수를 쳐추는 주변 사람들. 이때는 저의 분노게이지가 마구 올라갔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ㅋㅋ








앞서도 잠시 말했지만, 앤텔로프 캐년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과거 북미에 존재했던 거대한 사막의 잔재죠. 이름하여 나바호 사암. 그 사암을 몬순 시기에 주기적으로 내려온 폭우가 깍아만든 지형입니다. 지질학적 과정이 늘 그렇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도 아닌 건조 기후 지역에서, 기습 폭우만으로 저런 협곡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 스케일이죠. 그렇게 따지만 그랜드 캐년은 정말 어마어마하긴 합니다만, 앤텔로프 캐년도 신기한건 매한가지. 지금도 가끔 기습 폭우가 내려 홍수가 날 때가 있습니다. 2006년에도 그래서 5개월 정도 캐년을 폐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